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공정한 대안을 찾는 사람들 일본 산골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⑨ 시이노모리에 닿은 손길들 (Special Thanks to.)
  • 공감만세
  • 202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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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

여행장소
일본 히로시마 진세키고원 시이노모리(思惟の森, 사유의 숲)
관련상품
무(舞)로 만나는 후드후드와 카구라

일본 산골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⑨ 시이노모리에 닿은 손길들 (Special Thanks to.)

 

글/사진_패어트래블재팬 이연경 팀장

 

시이노모리를 만들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공사를 해주신 분들은 물론이고, 손길을 보태주신 동네 주민분들이 있었기에,

시이노모리가 지금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분들의 이야기로, 부쩍 추워진 날씨에 따스함을 더해보려 합니다.

 

 

장지문에 한지 붙이던 날

 

한국의 전통한옥과 일본의 고 민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한 이 집에는 장지문이 여럿 있습니다. 그 옛날 대가족이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던 그 시절. 때에 따라 문을 여닫으며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던 모습이 남아있는 게지요.

예부터 한국에서는 한지(韓紙), 일본에서는 와지(和紙)를 각각 장지문에 붙여 집안 곳곳에 바람이 잘 통하게 하고, 습도 조절도 하고. 또 손가락 하나면 간단히 뚫어지긴 하지만, 불투명한 색으로 나름의 프라이버시도 보호하곤 했답니다.

시이노모리는, 빈집이 된 지 8. 보통 일본에서 장지문의 와지교환은 5년 전후라고 하니, 깨끗하게 새것으로 바꾸는 게 좋겠지요.

그런데 이걸 어쩌나. 한옥에 살아본 경험도 전무한 서울토박이가 방법을 알 리가 있나요. 그래서 장지문 새단장이라는 모험의 길을 떠날 친구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있지, 장지문의 와지를 바꿔본 적이 있니?”

아니, 나는 태어나서 쭉 맨션(일본의 아파트형 주택)에 살아서 몰라그렇지만 할머니네 집 같은 데서 본 적은 있어.“

! 그래? 본 적이 있으면 분명할 수 있을거야! 어렵지 않다고 하던걸! "

그리고 있잖아, 만약 같이하면 내가 맛있는 지지미(부침개)도 만들어줄께!“

! 지짐이 나 좋아해! 그럼 좋아! 나도 같이 할게

이렇게 고소하고 바삭한 지짐이로 저는 4명의 동료를 구하는데(꼬시는데) 성공했습니다 ㅎㅎ

 

▲ 장지문에 붙어있던 8년 묵은 종이, 물을 뿌려 적셔서 떼어냅니다.

 

▲ 장지문의 크기에 맞춰서 새 종이를 재단 중.

 

▲ 장지문에 칙칙 스프레이로 물 뿌리기

 

▲ 모두가 고대하던 부침개 등장!

 

10개가 넘는 장지문을 하나씩 떼어, 크기에 맞춰 종이를 재단하고, 그 종이에 풀을 발라 깨끗하게 펴 바른 후,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줍니다. 말로 하면 이토록 간단한 것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3시간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작업을 끝내고 나니 보이는 초보자의 흔적들... ㅎㅎ 그래도 모두들 뿌듯함을 느끼며, 5년 후에는 더 잘 붙여보리라 다짐했습니다.

 

 

공사는 끝나도 나의 일은 끝나지 않았다 (feat. 카와이상)

 

공사가 끝난지 어느덧 1달 여가 지났습니다. 그래도 카와이상(河合さん) 눈에는 여전히 여기저기 손볼 곳이 자꾸만 눈에 띄는 걸까요.

올 때마다 이것저것 수리해 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늘 양손 가득 먹을 것을 가져다주시기까지. 어느 날은 집 뒷산에서 오다 주웠다며 밤을 주시고, 또 어느 날은 누가 포도를 줬다며 남아서 가져왔다고 하시고. 또 다른 날은 별미라는 가을 전어를 대뜸 내밀기도 하십니다.

카와이상은 도장(塗装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분이라, 공사가 진행된 지 한 두어 달쯤 후에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인사를 해도 받아주시는 둥 마는 둥 남달리 무뚝뚝한 면모를 선보이셨는데요, 다른 분들보다 늦게 만나기도 했고, 사투리도 많이 섞어 쓰시고 해서, 어쩐지 대하기 어려운 분이라는 인상이 있었습니다만, 지금 보니 카와이상은 츤데레였습니다. (츤데레: 여러 설명이 있지만 대체로 툭툭거리며 잘해주는 분들을 이르는 말)

 

▼ 동에번쩍 서에번쩍 카와이상 모음.zip ▼

    

▲ 장지문 아래 깨진 유리창 보수작업 중 

 

    

▲ 창고에 놓을 카페용 바 테이블 설치 중

 

▲ 집 뒷마당 잔디 깎는 중

 

▲ 장지문 종이 잘못 붙인 부분 고쳐주시는 중 

 

 

완공을 축하합니다. 사사오 주민 일동.

 

얼마 전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시이노모리를 찾아주셨습니다.

어느 정도 내부 인테리어도 정리되었고, 공사하며 여러 도움을 주신 이웃분들을 초대해 간단히 한국요리를 대접했습니다. 집을 사고, 공사를 마치고, 가구를 들이기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 공간을 궁금해하고,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신 이웃분들. 마치 자신의 일처럼 완공을 기뻐해주시고, 앞으로 시이노모리가 좋은 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축복 해주신 이웃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

 

▲ 진세키고원 토요마츠 사사오(神石高原町豊松笹尾)의 주민분들과 함께

 

시이노모리는 지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본의 법제에 따라 영업개시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업개시는 아마도 11월이 되겠지만, 이렇게 찾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시이노모리는 벌써 따뜻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 다음화 (마지막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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