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⑥ 집짓기 초보, 현장에 뛰어들다! (a.k.a 일꾼의 세계)
글/사진_패어트래블재팬 이연경 팀장
“우아...덥다 더워...”
쨍한 햇볕이 몇 일동안이나 더위를 한아름 선사하는 덕분에 작업하시는 분들의 땀방울이 마를 날이 없는 한여름입니다.
에어컨도 없는 공간에서, 하루종일 몸을 움직이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지요. 작업안전을 위해서 긴옷을 입어야만 하는 것도 여름엔 꽤나 곤혹스럽고요.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매일 두 손에 가득 담아 시원한 음료과 아이스크림, 간식 등을 전해드렸지만, 왠지 이걸로는 성에 차지 않다 싶던 어느날, “뭐든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저도 같이 할께요!” 라고 호기롭게 말을 꺼냈습니다.
“정말로, 뭐든 괜찮겠어?” 라고 몇 번을 되묻더니, 이내 호탕하게 웃으시며 하시는 말, “좋아, 그럼 준비 단단히 하고 오라구!”
그래서 저는 부리나케 홈센터로 달려갔습니다.
홈센터는 DIY, 리모델링 등을 직접 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형마트 같은 곳인데요, 일본은 꽤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터라, 시내 어디를 가든지 여러 브랜드의 매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판매하는 물품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작은 나사 하나에서부터, 목자재, 페인트, 조명, 욕실 수도꼭지, 샤워부스, 작업장비 (전동드릴 등), 작업복, 농업용품 없는 것을 찾는게 어려울 정도입니다.
(오늘의 쇼핑리스트는 단 두가지, 안전화와 작업복! (다른 것에 현혹되면 안돼...))
먼저 본 곳은 안전화 코너. 살면서 처음 접하는 안전화의 세계는 정말 굉장했습니다. 생긴 건 영락없이 운동화인데, 안쪽에 딱딱한 보호구 같은 것이 들어있어서 작업 시 못이나 공사 자재 등에 의해 발이 다치는 것을 막아주게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실제 발사이즈보다 발을 1.5배 커보이게 해주는 마법같은 기능이 있다는건 안비밀...ㅎㅎ) 만들어진 재질에 따라, 전기공사 시 안전사고도 방지해주고 (고무), 화기를 사용하는 용접 등에서 화상을 막아주는 기능 등 다양한 종류의 안전화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디자인은 별로지만 공사현장에서는 안전이 최우선! 한참을 망설여서 구매한 인생 첫 작업화)
다음은 작업복! 안전화를 고를 때는 눈물을 머금고 디자인을 포기했지만...작업복 만큼은 디자인을 챙기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열심히 발품을 팔아, 2번째 매장에서 멜빵바지 스타일의 맘에 드는 작업복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어떤일을 맡게 될까 두근두근 설레는 맘으로 도착한 현장.
대망의 첫 작업은...(두구두구두구) 바로 단열재와 방음재 작업! 벽과 벽 사이의 공간에, 단열 및 방음효과를 줄 수 있는 자재를 크기에 맞게 잘라 넣는 작업입니다. 다른 분들은 칼로 잘라서 작업하셨다는데, 커터칼 날이 무딘지 잘 안들어 답답한 마음에 손으로 찢어가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기술이 없는 왕초보도 할 수 있는 단순노동! )
손에 익숙해지자 눈에 띄게 빨라진 작업속도. 2시간 여 만에 거의 모든 비어있는 벽을 다 채웠습니다. 날이 더워 땀이 주르륵 흘렀지만, 마음만은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다했어요!’라고 외치자, 다들 와서 보시더니, 놀란 눈으로, ‘이렇게 빨리 다 할 줄이야! 우리보다 낫네! 천직이네 천직이야!’ 라며 감탄을 연발하셨습니다.
두 번째 작업은 벽 페인트 칠을 위한 퍼티작업. 시공시에 생긴 못(타카심) 자국들을 가리고, 칠할 벽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도장 작업을 맡아주신 카와이상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렇게 퍼티를 파렛트에 덜어놓고, 적당량을 납작대에 묻혀서 벽면에 도포하면 되는거야. 살짝만 가린다는 느낌으로 바르면 돼. 너무 두껍게 바르면 벽이 울퉁불퉁해지니까 조심하고.”
처음에는 그 ‘적당량’을 맞추는게 쉽지 않았는데, 이 역시도 하다보니 속도가 붙었습니다. 파렛트 덕분인지 뭔가 그림그리는 기분도 나는게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ㅎㅎ, 재능이 있구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요. 연이은 칭찬에 저는 그 후로 매주 주말마다 현장에 일꾼으로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노린 칭찬이었을까요...)
(일요일은 사라지고.., 그 대신 노동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늘었습니다?!)
다음번엔 또 어떤 버라이어티한 작업의 세계가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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