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 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⑤: 따뜻한 이웃들이 생겼습니다.
글/사진. 패어트래블재팬 이연경 팀장
요즘, 거의 매일같이 공사 현장에 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법 작업하시는 분들과도 친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늦게 출근하고 밤에 가는 것보다, 일찍 출근하고 빨리 집에 가는 게 좋아" 작업을 도와주시는 우시오 씨는 매일 아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작업을 하십니다.
진세키고원의 여름은 아침 5시면 해가 뜹니다. 눈이 저절로 떠지면, 여유롭게 신문을 보며 커피를 드시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출근하신다고 합니다.
오늘은 바닥 마감 작업을 하는 날. 자재가 다 한국식이기에, 잘 손에 익지 않는다고 하시면서도, 능숙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계셨습니다.
“일본에는 비슷한 게 좀 더 넓고 긴 게 있어. 그걸 쓰면, 반나절 정도면 다 할 텐데, 이건 판이 얇고 짧아서, 잘못하면 부러지니까 더 조심스럽고 오래 걸리네.“
(얼굴은 부끄러우니, 뒷모습만 찍어~라며 웃으시는 우시오 씨. 목공용 접착재를 바른 후, 나무마감재를 붙인 뒤, 타카로 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요즘은 장마라서 조금 시원하지만, 곧 본격적인 여름이 오면 힘들어지니까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빈 집이라 고칠 곳이 계속 나와.”
“겉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해체작업을 하고 나니, 역시 빈집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나오네요. 힘드셔서 어떻게 해요. 최대한 덜 고치는 집을 사고 싶었는데...“
“그래도 이 집, 잘 산 거야. 꽤 잘 지어진 집이거든. 여기 봐봐.” 이리로 와보라며 손짓을 하는 우시오 씨 곁에는, 손대지 않은 옛 기둥들이 있었습니다.
(나무에 홈을 파서, 조립하듯 끼워가며 작업한 옛 건축방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기둥)
“이거 보이지? 이 옛날 기둥 부분은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전부 나무를 깎아서 조립식으로 끼워서 맞추는 방식을 썼어. 이게 여간 손재주가 좋지 않으면 안 돼. 나무도 좋은 걸 써야 하고. 요즘은 이렇게 두껍고 긴 통목재는 찾아보기 힘들어. 이런 목재는 잘 관리하면 200년도 쓰니까, 앞으로 이 집도 관리 잘하면 100년은 끄떡없을 거야.”
고칠 곳이 너무 많아, 집을 잘못 고른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 말을 듣고 조금 안심했습니다.
바깥으로 나와, 조금 맑은 공기를 쐬고 있자니, 옆집 아주머니가 인사를 건네 오십니다. 공사 소리가 시끄럽진 않을까 싶어 걱정되던 차에, 미리 사둔 과자세트를 들고 옆집에 놀러 갔습니다.
“어머,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공사 때문에 많이 시끄러우시죠. 죄송해요“
“어머, 아니에요~ 여기가 원래 너무 조용해서 심심했는데, 공사 소리 들리니까 재미나고 좋아요.”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해요~ 이거 별건 아닌데, 차랑 같이 드세요.”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가만있어봐. 내가 줄 건 없고, 오이나 좀 가져가요~요새가 딱 맛있어.”
(옆집 아주머니 텃밭에 활짝 핀 노란 오이꽃)
그렇게 오이 세 개를 받아와, 저녁상에 반찬 삼아 올렸습니다. 역시, 이 집을 고른 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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