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 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④: 주택숙박사업은 신고가 아니라, 허가입니다. (feat. 에이스침대)
글/사진. 패어트래블재팬 이연경 팀장
손님맞이용으로 공간을 만든다는 것, 단순히 내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마음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일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게스트하우스는 엄연히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을 지켜서 잘 준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허가가 아니라 ‘신고’를 하면 된다고 하길래, 수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잠시 간과한 사실... 이곳은 ‘절차와 규칙의 나라’ 일본이었습니다. ‘주택으로 숙박사업을 시작하는 분들에게’라는 친절한 제목과 달리, 1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규정들을 적어놓은 자료를 마주했습니다. 몇 시간동안 네이버 파파고를 벗 삼아 자료를 다 읽었습니다.
(히로시마 버스센터 정면에 위치한 히로시마현청)
Mission 1. 히로시마현청 건축과에서 사전상담 받기
히로시마현청에 처음 인사를 간 날이었습니다. 진세키고원은 히로시마이지만, 현청이 있는 시내까지 차로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아침 9시 약속을 한 터라, 새벽같이 일어나 집을 나섰습니다.
A3 사이즈로 인쇄한 도면을 옆구리에 끼고, 행여 뭔가 문제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맘으로 현청 건축과를 방문했습니다. 건축용어가 입에 잘 붙지 않아, 손짓· 발짓하며 다 섞어가며 열심히 설명하기를 30분여. “이 부분, 저 부분... 고쳐서 다시 한번 상담하러 오세요.”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역시, 한 번에 끝나진 않는구나 싶었습니다.
이 먼 길을 또 오기가 엄두가 안 나, “죄송하지만 고친 서류는 우편으로 보내면 안 될까요?” 라고 물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는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다른 직원과 이야기를 하더니, 다행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야호)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던 게 먹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 일 후... 현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습니다. 현청 위생과와도 상담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 다시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또 그렇게 왕복 5시간의 길을 떠났습니다... ($#@%&*&$#$@@!!!!!!!!)
Mission 2. 히로시마현청 위생과에서 사전상담 받기
다행히 위생과 담당자는 건축과 담당자보다는 친절했습니다. 하지만, 고칠 부분이 또 있었습니다. “세면대 개수가 좀 적네요. 늘리세요. 그리고 거울도 필수로 설치해야 되는 거 아시죠...?” 그렇게 몇 번을 우편으로 수정도면을 주고받으며, (도대체 왜 때문에 이메일로 주고받을 수 없는 것인가...) 한 달여 만에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숙박객의 안전과 위생이 확보된 도면이 완성되었습니다.’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안전 규정에 맞게 설비 위치 등을 표시한 현청 제출용 도면)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참, 안전장치 관련해서 소방서 확인은 받으셨나요?” “??? 사전상담은 현청에서 하는 거 아닌가요...?” “소방서에서 소방 법령 적합 통지서를 받아야 해서, 상담을 받으셔야 해요.” (이건...얘기가 다르잖아...) 신고를 가장한 허가 수준의 절차... 조금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Mission 3. 소방서 상담
(차로 40분쯤 여행해야 도착하는 후쿠야마시의 후카야스 소방서)
진세키고원에도 소방서가 있는데 왜 관할 소방서는 또 후쿠야마시에 있는 걸까요. (기름값이 아까워서인지) 눈물이 났지만 그래도 현청보단 가깝다는 걸 위안 삼았습니다.
담당자인 후지이 씨는, 3년 전에 진세키고원에 살았던 적이 있다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그 친절함에 잠시 방심한 사이...
“어? 유도등이 없네요?” “네??? 비상용조명장치 여기 있는데...” “비상용조명장치랑 유도등은 다른 거에요. 비상용조명장치는 건축법에서 요구하는 거고, 유도등은 소방법상 필요한 겁니다” (아니이...‘친절한 100페이지 설명서’에는 분명히 두 개가 같은 것처럼 적혀있었다구요...) “여기는 불연소재의 커튼을 치셔야 하고, 또 보일러는 등유를 쓰시면 화재위험이 있으니까,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데... (블라블라)”
1시간여 동안 또 지켜야 할 여러 규정에 대해 브리핑받고서야, 저는 겨우 풀려날(? )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절차와 규정의 지옥은 여기서 끝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