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 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③: 드디어,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글/사진. 패어트래블재팬 이연경 팀장
이전 이야기를 읽으시다, 문득 이상하다고 느끼신 부분이 있을 겁니다. 집은 2019년 3월에 샀다고 했는데, 왜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공사 중인 거지...???!?!!!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여기에는 아주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이 있습니다...(또르르)
집을 산 직후, 소개를 받아 한 회사에 빈집 수리 견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전문 설계회사는 아니었기에, 저희가 바라는 공간을 구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미지 출처: 스미토모부동산 홈페이지, 원래 생각했던 예산의 2.5배를 부르던...)
두 번째로 알아본 곳은 일본 내에서는 꽤 큰 브랜드, 스미토모부동산이었습니다. 큰 회사인만큼 정말 꼼꼼하게 매뉴얼에 맞추어 빈집의 상태를 점검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인 만큼 예산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 알아본 곳은 오사카 출신의 건축설계사 사무소. 꽤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공간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주었던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어나 사고방식이 다르다 보니 한국에서 생각한 공간의 모습을 맞춰가는 과정이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로 들으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린 듯하지만, 견적을 내기까지 현장에 와서 실측하고, 의견을 조율해서 도면을 만들어내고, 그 도면에 맞추어 견적을 내는 과정을 거치기에 시간은 6개월이 넘게 흘렀습니다.
최종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예산에 맞춰서 구현하려면 한국에서 설계공사팀이 직접 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였고, 한국에서 다시 건축사무소를 찾아, 도면을 조정하는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2개월에 걸쳐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드디어, 2019년 연말, 공사 자재를 선박으로 컨테이너에 실어 보냈습니다. 하지만, 여러 공사 물품을 보내다 보니 꽤 통관절차가 까다로워져,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공사 자재 배달 중인 모습, 마당 앞에 차곡차곡 쌓이는 자재들)
공사 자재가 무사히 도착하고, 이제 공사를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을 그때, 반갑지 않은 손님, 코로나바이러스가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출처: 뭉크의 절규(1893년)) 왜 하필 지금...!!!!!!!!)
그렇게 한일 양국의 입국 제한(이라고 쓰고 금지라고 읽는)조치로 한국 시공사가 올 수 없게 되었고,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다시 시공사를 찾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진세키고원에 있는 ‘미타공무점’에서,사정을 이해해 같이 작업을 해주기로 하셔서, 결국 지금에 이르러 공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업 방식도, 언어도 여러모로 다른 두 나라이기에, 조율할 사항도 많아 쉽지는 않았지만 ‘조금 더디게 가면 어떠랴’ 마음을 내려놓기로 합니다.
처음 한국팀이 와서 공사를 한다고 했을 때, 약간의 우려를 표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마치 한옥을 일본사람이 고친다고 할 때 느껴지는 그런 우려라고나 할까요. 그래서인지 지역에 계신 분이 공사를 하게 되어, 오히려 안심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전화위복이랄까요.
어찌되었든 정말 멀리 돌고 돌아 시작된 공사이지만, 설계는 한국에서, 공사는 일본에서. 멋진 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이제 다 해결된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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