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골 마을, 따뜻한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②: 집에 남은 흔적들
글/사진. 패어트래블재팬 이연경 팀장
빈집을 찾는 여정 2달 여 만에, 운명처럼 이 집을 만났습니다.
처음 이 집이 지어진 건 메이지 44년(明治 44年), 그러니까 1891년. 나이는 100살이 넘고, 빈집이 된 지는 10년쯤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어찌 된 일인지 집 내부가 꽤 깨끗했습니다.
“둘째 아들이 이 동네에서 살아서 늘 집을 관리했어. 깨끗하지?” 이 집에는 타카자키(高崎) 씨 가족의 추억이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타카자키 씨의 가족은 2남 1녀로, 어릴 적부터 이곳에 살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흩어졌지만, 명절이면 언제나 이 집에 손주까지 3대가 모여 시끌벅적 즐거웠다고 합니다.
(왼쪽이 자식, 손주의 날마다 자라는 키를 표시한 기둥입니다. 오른쪽의 한국 우리 집에도 이와 꼭 닮은, 조카들의 키재기 벽이 있습니다)
타카자키가(家) 의 장남 켄지 씨는 도쿄로 거처를 옮긴 지 오래되었지만, 이곳에 언제든 돌아올 곳이 있어 기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님이 건강이 안 좋아져 요양원에 계시게 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된 지금, 이 집이 쓸쓸하게 남아있는 것보다는, ‘누구라도 다시 사용하여,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셨다고 합니다.
(벽 한 쪽에 걸린 멋쟁이 모델 포즈를 취한 타카자키씨의 어릴 적 사진과 공부를 하던 작은 책상)
주인 할머님은 다도(茶道)를 즐기시던 분으로, 가까운 지인들과 다도 클래스를 열곤 하셨다고 합니다. 취미는 퍼즐 맞추기. 방에는 완성된 ‘야마가와 현의 벚꽃 명소, 목조다리가 보이는 깃코공원’의 모습을 담은 퍼즐, 교토 금각사의 퍼즐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저도 퍼즐 맞추는 게 취미인데!”하고 말했더니, “그것도 인연(縁)이네요,” 라며 하시모토 씨와 타카자키 씨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주인 할머님이 맞추신 퍼즐과 취향이 묻어나는 장식품들)
앞마당에 오밀조밀 계절마다 자라나는 식물들, 그리고 멋진 풍경. 둘러보는 내내, 이 집이 좋은 이유가 늘어났습니다.
3개월 동안, 계약을 위해 세부적인 사항들을 조율하고, 드디어 2019년 3월, 이 집은 공감만세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집 앞, 계절이 느껴졌던 가을의 감나무. 또, 멋진 하늘과 자연)
집을 고치면, 겉모습은 조금 바뀌겠지만, 처음 느꼈던 이 집의 따뜻함을 잘 살려나가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첫 만남과 낭만섞인 다짐 뒤에는 넘어야할 어마무시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